선생님은 모르셔요 - 오승강 동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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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모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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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마치고 집에 오면
동생은 늘 혼자 잠들어 있었어요
눈물자죽이 있는 뺨에는
파리들이 까맣게 앉아 있었어요.

빈 그릇이 밥 먹은 데로 널려 있는
부엌에서
식은 밥을 덜어 먹고
설겆이를 했어요.
깨어 우는 동생에게도
식은 밥을 먹였어요.

숙제를 하다 보면 동생은
공책 위로도 걸어 다니고
찢기도 해서 숙제할 수 없었어요.
칭얼대는 동생을 업어도 주고
달래다보면
언제나 해가 졌어요.

부엌에 동생을 데리고 앉아
저녁밥을 지으면
타오르는 불꽃마다
성난 선생님의 얼굴이 보였어요.
저녁을 먹은 뒤에는 고추도 가렸어요.

한번도 내 말을 믿지 않는 선생님.
일학년이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느냐고
공책은 왜 찢었느냐고
회초리로 제 종아리를 때리는 선생님...

선생님은 모르셔요
제가 숙제 못 해간 이유를.
제가 집에서 보내는 하루 생활을...

*
오승강 시인
1953년 9월 10일 경상북도 영양에서 출생.
안동교육대학교를 졸업, 1976년 동아일보에 시 '사림기행' 발표, 2003년 제1회 한민족글마당 문학상 수상 했다.

*
늦은 저녁을 물리고 서재에서
시집을 한권 꺼냈다...

이 시를 다시 읽다보니 옛날 생각도 나고...

한참을 아무 것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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