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초 - 김영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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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길에 핀 들꽃...

*
목요일밤...
야근을 하는 동안 내 머리통 속엔 온통 시원한 맥주가
목젖을 타듯 넘실 거렸다.
차를 버려두고 맥주집으로 향했다...

시원하게 서너 쪼끼를 상쾌하게 비웠다.
온 몸이 짜릿하다...
하느님이 인간에게 전수 시킨 것 중
제일 맘에 드는 것은 술 빚는 기술의 전수라 생각한다...^^

늦은 귀가 길.. 그냥 터덜터덜 걸었다...
내가 사는 곳은 시골이다.
시골에 어울리지 않게 넓은 도로 하나 휑하게 만들어 놓고
그 도로 끝에 썰렁한 아파트 2개동 달랑 있는 그런 시골...

띠엄띠엄 있는 가로등이 어색한 시골길이지만
공기 좋고, 풀벌레, 개구리 소리를 들을 수 있는...

피곤함과 술에 젖어 흐느적 거리며 걷는 길가에
이름 모를 들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아침 출근길에도 보질 못 했는데...
아무런 한 일도 없이 바쁘게 사나 보다...

몇 송이 꺽어 집 꽃병에 꽂아 볼까 하다가
그냥 눈으로만 보기로 했다...

개구리 합창에 춤을 추듯 흔들리는 들꽃 향기에
취해 흐느적 거리며 걸었다...

휴일.. 그 꽃들이 머리 속에 아련하다.
저녁 식사 후에 어둑어둑해 지면
다시 그 길을 산보하듯 가봐야겠다...

*
"상초(霜草)" - '서리를 맞아 시든 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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