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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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마신 술 탓 일까...
아침 일찍 눈이 떠 졌다.

대충 모자를 눌러 쓰고 산책 아닌 동네 한바퀴...

안개가 낀 아침에 누군가 일찍 일어나서 낙엽을 태우는지
낙엽타는 냄새가 좋다...

추수가 끝난 논과 논길.
내가 사는 곳에 이런 논길이...
지척에 두고도 이제야 나서다니...
운동화로 전해지는 촉감이 좋다...

해장국 집에 들러 식사 대신 또 한잔...
일요일.. 무력한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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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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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목월 詩, 김성태 曲. Ten. 안형일 ]

기러기 울어예는 하늘 구만리 바람이
싸늘불어 가을은 깊었네
아아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한낮이 끝나면 밤이 오듯이
우리에 사랑도 저물었네
아아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산촌에 눈이 쌓인 어느날 밤에
촛불을 밝혀두고 홀로 울리라
아아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
가곡의 노래말로 쓰여진 위의 시가 시인의 체험에서 탄생했다고 한다.
한때 그는 무슨 여자전문학교의 선생을 했었는데 가르치던 제자와 눈이 맞아 모든걸 다 버리고 제주도로 밀월하여 둘이 살림을 차렸다.

감수성이 예민한 시인인지라 한번 사랑에 빠지니 거칠 것이 없었던 모양이다.

사실을 안 서울의 아내는 아무 말 없이 하얀 모시 저고리와 바지를 손수 만들기 시작했다.

몇 날 몇 일을 밤을 새워가며 정성을 다 하여 손수 바느질과 다림질을 하여 그의 한복을 지었다. 그리고 그 옷을 고운 보자기에 싸서 들고 제주행 배에 몸을 실었다.
남편을 대면한 아내는 아무 말 없이 그 옷 보따리를 남편 앞에 밀어 두고는 그 길로 서울로 돌아왔다.

아내가 지은 하얀 모시옷을 펼쳐 보고는 자신을 향한 절절한 아내의 마음을 읽어 낸 그는 도저히 돌아가지 않을 수 없음를 알게 된다.

사랑하는 젊은 제자와 작별하면서 지은 이별시가 바로 이 시다.

그는 자신의 사랑 체험을 이렇게 시로 표현했지만, 더욱 감탄스러운 것은 그의 뒤에 위대한 아내가 있었다는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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