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아침에...(둥그레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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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아침에...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

세상은
험난(險難)하고 각박(刻薄)하다지만
그러나 세상은 살 만한 곳.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 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 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 김종길 시집 "성탄제"(1969)中 '설날 아침에' ]


Ps ;
민요소개 - 둥그래당실(오돌또기)

제주민요, 굿거리장단, 밝고 흥겨움, '오돌또기'라고도 하며 바다풍경을 읊은 노래이다.
(자세한 소개는 다음 글로 자세하게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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