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8가...
- Stories.../길가 소리...
- 2007. 7. 27. 12:11
청계천 8가, 천지인의 노래는 추억으로 남을까..
새벽밥 해먹고 첫 차타고 청계천 일터로 나오던 아버지와 어머니가 있고, 밤이 새도록 비좁은 공장에서 허리한번 제대로 펴보지도 못하고 꼬박 앉아 재봉틀을 돌려야했던 13살의 어린 여동생이 있다.
버려진 책 주워 희미한 가로등 불빛에 의지해 밤을 새워 읽던 언니와 오빠는 방송통신학교라도 다니고 싶은 마음을 부모님께 차마 말하지 못하고 날이 밝자마자 공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전쟁에 남편 잃고 세 아이들과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악착같이 돈을 모으던 뒷집 아줌마는 곗돈 떼어먹고 도망간 친구 때문에 정신을 놓고 머리에 꽃 꽂고 돌아다닌다. 술만 취하면 두들겨 패는 남편을 이기지 못하고 갖난쟁이 두고 집 나간 옆집 아줌마. 여전히 술취한 그집 아저씨는 갓난쟁이 들쳐 업고 아줌마 찾아 이집 저집 헤매고 다니다.
청계천은 그토록 가난했다...
(중략..)
2005-10-10 / ⓒ 데일리서프라이즈 / 김선애 기자
청계천 8가 - 천지인
파란 불도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가는 사람들
물 샐틈 없는 인파로 가득찬
땀냄새 가득한 거리여
어느새 정든 추억의 거리여
어느 핏발 서린 리어카꾼의 험상궂은 욕설도
어느 맹인부부 가수의 노래도
희미한 백열등 빛으로
어느새 물든 노을의 거리여
뿌연 헤드라이트 불빛에
덮쳐오는 가난의 풍경
술렁이던 한낮의 뜨겁던 흔적도
어느새 텅 빈 거리여
칠흑같은 밤 쓸쓸한 청계천 8가
산다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비참한 우리 가난한 사랑을 위하여
끈질긴 우리의 삶을 위하여...
아직도 뛰는...
내 가슴을 잔잔하게 적셔주는 힘이 있는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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