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수정본)
- Stories.../들판 소리...
- 2008. 8. 10. 19:00
"그 날"
*
나가 자전거 끌고잉 출근허고 있었시야
근디 갑재기 어떤 놈이 떡 하니 뒤에 올라 타블더라고.
난 뉘요 혔더니, 고 어린 놈이 같이 좀 갑시다 허잖어.
가잔께 갔재. 가다본께 누가 뒤에서 자꾸 부르는 거 같어. 그랴서 멈췄재.
근디 내 뒤에 고놈이 갑시다 갑시다 그라데.
아까부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어른한티 말을 놓는거이 우째 생겨먹은 놈인가 볼라고 뒤엘 봤시야.
근디 눈물 반 콧물 반 된 고놈 얼굴보담도 저짝에 총구녕이 먼저 뵈데.
총구녕이 점점 가까이와. 아따 지금 생각혀도...
그땐 참말 오줌 지릴 뻔 했시야.
그때 나가 떤건지 나 옷자락 붙든 고놈이 떤건지 암튼 겁나 떨려불데.
고놈이 목이 다 쇠갔고 갑시다 갑시다 그라는데잉 발이 안떨어져브냐.
총구녕이 날 쿡 찔러. 무슨 관계요? 하는디 말이 안나와.
근디 내 뒤에 고놈이 얼굴이 허어애 갔고서는 우리 사촌 형님이오 허드랑께.
아깐 떨어지도 않던 나 입에서 아니오 요 말이 떡 나오데.
고놈은 총구녕이 델꼬가고, 난 뒤도 안돌아보고 허벌나게 달렸쟤.
심장이 쿵쾅쿵쾅 허더라고. 저 짝 언덕까정 달려 가 그쟈서 뒤를 본께 아까 고놈이 교복을 입고있데. 어린놈이...
그라고 보내놓고 나가 테레비도 안보고야, 라디오도 안틀었시야.
근디 맨날 매칠이 지나도 누가 자꼬 뒤에서 갑시다 갑시다 해브냐.
아직꺼정 고놈 뒷모습이 그라고 아른거린다잉...
[ 2007년 "5.18 백일장 대상작" ]
작자는 경기여자고등학교 3학년 정민경(18).
**
이 산문시를 읽고
얼마나 가슴이 떨리던지...
아니, 얼마나 몸서리 쳐지던지...
정말 이 산문시를 처음 접했을 때,
극도의 아찔함과 생생함을 느낄 수 있었다.
산문시 하나만으로 '5.18 광주 민주항쟁'의 80년이
내 뇌리에서 그려지고 있었다...
그것도 생생하게...
이 산문시에는 '5.18 광주 민주항쟁' 당시 군인의 총부리에 쫓기던 학생과
그 모습을 보며 괴로워하는 남겨진 사람의 이야기가 모두 들어 있다.
짤막한 글이지만 마치 자신이 직접 체험한 것처럼 상황을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 산문시를 읽고 있자니...
그 날이 무섭고, 그 날의 총구도 무섭고,
'5.18 광주 민주항쟁'에 관해 잘 알지 못 하면서,
이런 걸작을 탄생시킨 고3 여학생도 무섭다...
***
그날이 오면
한밤의 꿈은 아니리 오랜 고통 다한 후에
내 형제 빛나는 두눈에 뜨거운 눈물들
한줄기 강물로 흘러 고된 땀방울 함께 흘러
드넚은 평화의 바다에 정의의 물결 넘치는 꿈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내 형제 그리운 얼굴들 그 아픈 추억도
아 짧았던 내 젊음도 헛된 꿈이 아니었으리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내 형제 그리운 얼굴들 그 아픈 추억도
아 피맺힌 그 기다림도 헛된 꿈이 아니었으리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 출처 : 민중의 소리 (voiceofpeople.org)
[참고]
이 글은 2007년 8월에 이 곳 블로그에 올렸던 글이다.
글 내용중에 전두환과 그의 아들 전재국과 관련된 글을 함께 실었었다.
전두환의 큰아들인 전재국의 사업과 그의 계열사를 소개 했었는데
회원 중 한명이 이 글을 읽고,
"자신은 전재국과 관련된 계열사라 표기한 회사에 다니는데,
자신의 회사는 전재국 계열사가 아니다"라는
항의와 함께 다음커뮤니티측에 저작권 요청을 해서 이 글이 보여지질 않았다.
그래서 전두환과 그의 큰아들 전재국과 관련된 글만 삭제하여 다시 올린다.
수정치 않으려 했으나 "그 날"이란 산문시로 인해
수정을 결심했다...
1년만에 수정한 나도 참... 나 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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