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바다 성산포 IV...
*... 
그리운 바다 성산포 IV 
              - 詩人 이생진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 사람 빈자리가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 사람 빈 자리가 차갑다. 
나는 떼어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 
저 섬에서 한 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뜬 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그리움이 없어질 때까지... 
성산포에서는 바다를 
그릇에 담을 수 없지만 
뚫어진 구멍마다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뚫어진 그 사람의 허구에도 
천연스럽게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슬픔을 만들고 
바다는 슬픔을 삼킨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이 슬픔을 노래하고 
바다가 그 슬픔을 듣는다.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죽는 일을 못 보겠다 
온 종일 바다를 바라보던 
그 자세만이 아랫목에 눕고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더 태어나는 일을 못 보겠다 
있는 것으로 족한 존재, 
모두 바다만을 보고있는 고립... 
바다는 마을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한나절을 정신 없이 놀았다 
아이들이 손을 놓고 돌아간 뒤 
바다는 멍하니 마을을 보고 있었다 
마을엔 빨래가 마르고, 
빈 집 개는 하품이 잦았다 
밀감나무엔 게으른 윤기가 흐르고 
저기 여인과 함께 탄 버스엔 
덜컹덜컹 세월이 흘렀다.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죽어서 실컷 먹으라고 
보리밭에 묻었다 
살아서 술 좋아했던 사람 
죽어서 바다에 취하라고 
섬 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그리웠던 사람 
죽어서 찾아가라고 
짚신 두 짝 놓아 주었다. 
삼백육십오일 두고 두고 보아도 
성산포 하나 다 보지 못하는 눈 
육십평생 두고 두고 사랑해도 
다 사랑하지 못하고 
또 기다리는 사람...

**...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죽는 일을 못 보겠다 
온 종일 바다를 바라보던 
그 자세만이 아랫목에 눕고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더 태어나는 일을 못 보겠다 
있는 것으로 족한 존재, 
모두 바다만을 보고있는 고립..."
이 죽일놈의 고독...
그리움...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