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만해 한용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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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 8. 15. 22:32
님의침묵 - 한용운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처럼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기에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일인 것 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만은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예술가 - 한용운
나는 서투른 화가여요.
잠 아니 오는 잠자리에 누워서 손가락을 가슴에 대이고,
당신의 코와 입과 두 볼에 새암 파지는 것까지 그렸습니다.
그러나 언제든지 적은 웃음이 떠도는 당신의 눈자위는,
그리다가 백 번이나 지웠습니다.
나는 파겁 못한 성악가여요.
이웃 사람도 돌아가고 버러지 소리도 그쳤는데,
당신의 가르쳐주시던 노래를 부르려다가 조는 고양이가 부끄러워서 부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가는 바람이 문풍지를 스칠 때에,
가만히 합창하였습니다.
나는 서정시인이 되기에는 너무도 소질이 없나봐요.
'즐거움'이니 '슬픔' 이니 '사랑'아니, 그런것은 쓰기 싫어요.
당신의 얼굴과 소리와 걸음걸이와를 그대로 쓰고 싶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집과 침대와 꽃밭에 있는 적은 돌도 쓰겠습니다.
참말인가요 - 한용운
그것이 참말인가요, 님이여, 속임 없이 말씀하여 주셔요.
당신이 나에게서 빼앗아간 사람들이 당신을 보고,
'그대는 님이 없다.'고 하였다지요.
그래서 당신은 남모르는 곳에서 울다가, 남이 보면 울음을 웃음으로 변한다지요.
사람의 우는 것은 견딜 수가 없는 것인데,
울기조차 마음대로 못하고 움음으로 변하는 것은 죽음의 맛보다도 더 쓴것입니다.
그러면 나는 그것을 변명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습니다.
나의 생명의 꽃가지를 있는 대로 꺾어서, 화환을 만들어 당신의 몸에 걸고,
'이것이 님의 님이라.' 고 소리쳐 말하겄습니다.
그것이 참말인가요, 님이여, 속임 없이 말씀하여 주셔요.
당신이 나에게서 빼앗아간 사람들이 당신을 보고,
'그대의 님은 우리가 구하여준다.'고 하였다지요.
그래서 당신, '독신생활을 하겠다.'고 하였다지요.
그러면 나는 그들에게 분풀이를 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습니다.
많지 않은 나의 피를 더운 눈물에 섞어서, 피에 목마른 그들의 칼에 뿌리고,
'이것이 님의 님이라.'고 울음 섞어서 말하겄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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