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절에...



*
자화상(自畵像) - 윤동주 詩人.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 1939. 9.

*
'한 사나이'의 등장...
미워졌다 -> 가엾어졌다가 -> 다시 미워졌다가 -> 다시 그리워지고 -> 결국 그 사나이는 추억 처럼 존재하고 있다.

암울했던 그 시기...
윤동주시인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듯...
끊임없이 갈등을 일으키고,
그래서 고뇌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나는 언제쯤 이렇게 진실된 자화상을 그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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