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승 -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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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


밥그릇을 들고 길을 걷는다
목이 말라 손가락으로 강물 위에
사랑한다라고 쓰고 물을 마신다
갑자기 먹구름이 몰리고
몇날 며칠 장대비가 때린다
도도히 황톳물이 흐른다
제비꽃이 아파 고개를 숙인다
비가 그친 뒤
강둑 위에서 제비꽃이 고개를 들고
강물을 내려다본다
젊은 송장 하나가 떠내려오다가
사랑한다
내 글씨에 걸려 떠내려가지 못한다

- 詩人 : 정호승

*

하룻길을 가도
많은 번뇌의 연속이거늘
하물며 인생에
고통과 시련이 어찌 없으랴...

묵묵히 주어진 길을 성실하게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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