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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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편지

*
황동규 詩人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 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
어제는 쉽게 잠들지 못 했다.
뭐가 그리 되새길 것이 많았는지
길고 길던 겨울 밤조차 짧게만 느껴졌다.

저녁 6시만 되어도 어둑어둑해지고,
아침 7시가 넘어야 환해지는
길고 긴 겨울 밤...

잠들지 못 하는 겨울 밤...
잡다한 생각을 접어 두고,
거실에 보관되어 있는 양주 한잔과
친구들에게 즐거운 메세지를 보내고
즐겁게 잠이나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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