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ies.../주저리주저리... choouk 2011. 3. 13. 21:42
*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4·19가 나던 해 세밑 우리는 오후 다섯 시에 만나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불도 없이 차가운 방에 앉아 하얀 입김 뿜으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어리석게도 우리는 무엇인가를 위해서 살리라 믿었던 것이다. 결론 없는 모임을 끝낸 밤 혜화동 로우터리에서 대포를 마시며 사랑과 아르바이트와 병역 문제 때문에 우리는 때묻지 않은 고민을 했고 아무도 귀기울이지 않는 노래를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노래를 저마다 목청껏 불렀다 돈을 받지 않고 부르는 노래는 겨울밤 하늘로 올라가 별똥별이 되어 떨어졌다. 그로부터 18년 오랜 만에 우리는 모두 오랜만에 무엇인가 되어 혁명이 두려운 기성세대가 되어 넥타이를 매고 다시 모였다 회비를 만 원씩 걷고 처자식들의 안부를 나누고 월급이 얼마인가 서로 물었다 ..
Stories.../주저리주저리... choouk 2008. 10. 10. 15:07
고백 (Confession) - 권정구 * 잔잔하게 속삭이는 듯한 기타와 해금 소리에 오랫동안 귀 기우렸다... ** 작곡가 겸 기타리스트 권정구는 서울대학교 음악대학과 동대학원에서 기타를 전공하였으며, 음악대학 기악과를 수석으로 졸업하였다. 이후 우리 음악에 대한 보다 깊은 공부를 위하여 현재 한국학중앙연구원(이전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한국음악학으로 박사 과정에 있다. 많은 연주회를 통해서 한국적 정서에 대한 원초적 의문을 가지게 되었고 이후 한국의 전통악기들과 함께하는 장르를 개척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음악적 영감을 기르기 위해 세계 30여국을 여행하였으며, 2005년 북인도에서 파키스탄, 중국으로 이어지는 실크로드 탐사는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데 영향을 주었다. 음악단체 베르디아니의 대표를 맡고 있..
Stories.../주저리주저리... choouk 2008. 10. 10. 11:37
들꽃에게 - 서정윤 어디에서 피어 언제 지든지 너는 들꽃이다 내가 너에게 보내는 그리움은 오히려 너를 시들게 할 뿐, 너는 그저 논두렁 길가에 피었다 지면 그만이다. 인간이 살아, 살면서 맺는 숱한 인연의 매듭들을 이제는 풀면서 살아야겠다. 들꽃처럼 소리 소문없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피었다 지면 그만이다. 한 하늘 아래 너와 나는 살아있다. 그것만으로도 아직은 살 수 있고 나에게 허여된 시간을 그래도 열심히 살아야 한다. 그냥 피었다 지면 그만일 들꽃이지만 홑씨들 날릴 강한 바람을 아직은 기다려야 한다.* 오늘은 천정만 바라보며 조신하게 방에 누워 있다... 요즘들어 부쩍 기억에서 점점 멀어져가는 옛 시절을 떠 올리려 노력하고 있다... 지금과 전혀 다른 세상이였던 시절... 생각하다 보면 나에게도 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