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 - 노동의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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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일전 부터 시골인 이 곳에 전경들의 모습이 보인다.
낯설지 않은 닭장차와 노동자들...

새벽 추위를 이기기 위한 모닥불과 소주...
그 기운으로 서너명이 부등켜 앉고 잠자리에 드는...
노동자의 반란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건너편 전경대는 시대에 따라 많이 변한 듯 하다.
닭장차 밖으로 'SKY 안테나'가 나와 있고,
많이 겪어서 일까...
편의점 앞에 맥주를 마시고 있는 고참병...
삼엄하게 경비를 서고 있어야 할 보초 격인 초병들은 담배를 물고
뭔 얘긴지 서로 마주 보고 낄낄데고 있다.
참 여유스러워 보인다...

그러나 벌판에서
그들이 요구하는 권리 성찰을 꿈꾸며
오늘 밤 추위와 소주병을 앉고 자고 있을
그대들을 위하여...
건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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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 - 노동의 새벽

노래 : 장사익

전쟁 같은 밤일을 마치고 난 새벽
쓰린 가슴 위로 차거운 소주를 붓는다.
아...
이러다간 오래 못 가지.
이러다간 끝내 못 가지.

설은 세 그릇 짬밥으로 기름투성이 체력전을
전력을 다 짜내어 바둥치는 이 전쟁 같은 노동일을
오래 못 가도
끝내 못 가도
어쩔 수 없지...

탈출할 수만 있다면, 진이 빠져, 허깨비 같은
스물아홉의 내 운명을 날아 빠질 수만 있다면
아... 그러나
어쩔 수 없지
어쩔 수 없지.
죽음이 아니라면 어쩔 수 없지.
이 질긴 목숨을, 가난의 멍에를,
이 운명을 어쩔 수 없지.

늘어쳐진 육신에
또 다시 다가올 내일의 노동을 위하여
새벽 쓰린 가슴 위로 차거운 소주를 붓는다.
소주보다 깡다구를 오기를 분노와 슬픔을 붓는다.

어쩔 수 없는 이 절망의 벽을 기어코 깨뜨려 솟구칠
거치른 땀방울, 피눈물 속에 새근새근 숨쉬며 자라는
우리들의 사랑
우리들의 분노
우리들의 희망과 단결을 위해 새벽 쓰린 가슴 위로
차거운 소주잔을 돌리며 돌리며 붓는다.
노동자의 햇새벽이
솟아오를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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