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는 꽃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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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는 꽃피고

*
이 봄에는

이제 완전히 겨울은 갔다.
그러나 그 겨울의 모든 쓰라림은 잊지 말기로 하자.
우리는 앞으로 더욱 많은 쓰라림을 배우기 위해
잠시 한 순간의 봄 속에 머물러 있을 뿐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더욱 큰 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 봄에는 잊는 연습을 하자.
그 겨울에 우리 곁에서 떠난 것들을 잊는 연습을 하자.
그리고 사랑해 보기로 하자.
우리가 만났던 그 겨울 동안의
어둠이며 불면이며 고립을 사랑하자.
또한 그런 것들과 함께 고개를 깊이 파묻고
괴로움에 잠겼던 우리 스스로를...

물론 온다.
봄은 어디든지 온다.
그러나 더러 사람들의 가슴에만은
봄이 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봄이 오고 있다...
밤이면 황사바람이 불었다. 푸득푸득 문풍지도 울었다.
때로는 날씨가 매워졌다가 다시 풀리기도 했다.
몇 번은 소망의 꽃망울을 재촉하듯이
새도록 속삭이는 음성으로 비도 내렸다.

봄에 모든 것이 되살아난다.
저 어둡던 겨울밤마다 새벽잠 속을 울리던 나뭇가지.
그 쓰라린 불면의 나날을 보내고
다시 당신의 새눈 하나가 움티기 시작한다.

겨울에 언어를 잃고 빛을 잃고 시간을 잃고
그 이름마저도 잃어버린 당신의 꽃 한 뿌리.
당신의 서랍 속에는 밤마다 눈이 쌓이고
당신의 수첩 속에는 날마다 꿈 하나가 지워지고
마침내 당신은 헤메이기 시작했다.

먼 새벽 강물 소리로 가슴을 자욱하게 설레며
밤을 세우면서 자신의 순수하고
진실한 가슴을 편지에다 심어 넣는 낭만을
이 봄에는 단 한 번만이라도 가져 보도록하자.

우리 모두가 한 줄의 시가 되자.
우리 모두 더 이상 때묻지 말기로 하자.
저 처량한 햇빛과 강물과 공기.
저 따뜻하고 화사한 벚꽃나무와 누님의 구름 곁에서
우리는 오래도록 음악이 되자...

글 : 이외수

*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당당하게 봄은 왔다...

그러나 아직 내 육체는 겨울이다...
몇 일째 이불 속을 벗어나지 못 하고 있다...
이 놈의 감기...


[ 소리 : 대금연주곡-봄에는 꽃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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