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 주는 또 하나의 기쁨...
- Stories.../주저리주저리...
- 2007. 9. 26. 11:35
이외수 - "다들 그렇게 살아가고 있어"
*
울지 말게
다들 그렇게 살아가고 있어
날마다 어둠 아래 누워 뒤척이다
아침이 오면,
개똥같은 희망 하나 가슴에 품고
다시 문을 나서지
바람이 차다고
고단한 잠에서 아직 깨어나지 않았다고
집으로 되돌아오는 사람이 있을까
산다는 건 만만치 않은 거라네
아차 하는 사이에
몸도 마음도 망가지기 십상이지
화투판 끗발처럼
어쩌다 좋은 날도 있긴 하겠지만
그거야 그때 뿐이지
어느 날 큰 비가 올지
그 비에 뭐가 무너지고
뭐가 떠내려갈지 누가 알겠나
그래도 세상은 꿈꾸는 이들의 것이지
개똥같은 희망이라도
하나 품고 사는 건 행복한 거야
아무 것도 기다리지 않고
사는 삶은 얼마나 불쌍한가
자, 한잔 들게나
되는 게 없다고 이놈의 세상
되는 게 하나도 없다고
술에 코 박고 우는 친구야
*
어제 밤 늦게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명절이 주는 좋은 것중 하나가
보고싶던 어릴적 친구들을 볼 수 있다는 것...
흩어져 세상 살다 명절이면 귀소본능 처럼 고향집을 찾는...
내게 서울이란 도시가 고향이다...
내 고향 서울집이 30년째 한자리에 버티고 있으니
당연히 고향집이 모임 장소이다...
세상사가 다 그렇 듯이...
고향집에 오면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도 있다.
밤 세워 마신 술로 아직 어지럽다.
아직도 옆에 누워 자는 친구...
친구의 얼굴이 수척해 보인다.
그만 일어나시게...
해장 한잔 해야 하지 않겠나...
그리고 훌 털고 다시 세상사로 돌아가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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