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익 - 황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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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익 - 황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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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길 - 서정주 詩, 노래 : 장사익

새우마냥 허리 오구리고
누엿누엿 저무는 황혼을
언덕 넘어 딸네 집에 가듯이
나도 인제 잠이나 들까

구비구비 등 굽은
근심의 언덕 넘어
골골이 뻗히는 시름의 잔주름뿐
저승에 갈 노자도 내겐 없느니

소태같이 쓴 가문 날들을
역구풀 밑 대어 오던
내 사랑의 보또랑물
인제는 제대로 흘러라 내버려두고

으시시히 깔리는 머언 산 그리메
홑이불처럼 말아서 덮고
옛 비슥히 비기어 누어
나도 인제는 잠이나 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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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의 친구

황혼의 문턱에서
쉬지 않고 멀리도 달려온 인생
흰 백발에다 주름진 얼굴로
당신과 마주앉자
밤 새는것 조차 모른체
오손 도순 이야기 꽃을 피우며

구부러진 등을 서로 두드리며
그리움에 애타
가슴 조아렸던 지난날을 회상하며
잘 꾸며진 찻집이 아니더라도
당신과 차 한잔 나누며
따뜻하게 잡은 손 감싸쥐며
행복한 황혼의 친구이고 싶습니다.

바람 불어 좋은 날
비가 내려 궂은 날
꽃들이 만발하고
사계가 수없이 바뀌어도
변치 말자던 둘만의 언약은

모닥불 피어 오르는 여름밤에
피어 날 곱고도 고운
둘만의 사랑 이야기로
찬란한 별빛이 축복을 주고
지난날 그리움에 아팠던 흔적를 지우는
행복한 황혼의 친구이고 싶습니다.

당신이 꿈꾸며
거닐던 섬진강에
작은 종이배 하나 띄워
물새들 울음소리 벗 삼아
가슴속에 쌓여진 못다한 이야기를
당신에게 들려 주고픈
정다운 황혼의 친구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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