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기 - 가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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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기 - 가뭄

*
1.
갈숲 지나서 산길로 접어 들어와
몇 구비 넘으니 넓은 곳이 열린다
길섶에 핀 꽃 어찌 이리도 고우냐
허공에 맴도는 소리는 잠잘줄을 모르는가

에헤야 얼라리야 얼라리난다 에헤야
텅 빈 지게에 갈잎 물고 나는 간다

2.
오랜 가뭄에 논도 밭도 다 갈라지고
메마른 논두렁엔 들쥐들만 기어간다
죽 죽 대나무야 어찌 이리도 죽었나
옛 집 추녀엔 이끼 마저 말라 버렸네

에헤야 얼라리야 얼라리난다 에헤야
텅 빈 지게에 갈잎 물고 나는 간다

3.
이 가뭄 언제나 끝나 무슨 장마 또 지려나
해야 해야 무정한 놈아 찾을 줄을 모르는가
걸걸 걸음아 무심한 이내 걸음아
흥흥 흥타령일세 시름도 겨우면 흥이 나나

에헤야 얼라리야 얼라리난다 에헤야
텅빈 지게에 갈잎 물고 나는 간다

*
내가 존경하는 김민기의 '가뭄'...

시름도 겨우면 흥이 나는 것 일까...?
텅빈 지게에 담아 갈 것 없어도
평안한 맘으로 걸을 수 있는 것 일까...?

그래도...
희망이 있어서 일까...?
꿈이 있어서 일까...?
좋은 시절 오리라는 희망으로
얼라리야를 부르며 걷는 것 일거다...

그래...
오늘을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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