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자
- Stories.../길가 소리...
- 2008. 4. 8. 21:21
나무의자
*
백창우 시, 곡, 노래
1.
어느 날 이 황량한 도시를 떠나 멀리 있는 친구에게서
낯익은 표정을 담은 한 장의 엽서를 받을 때
우리들은 쓸쓸한 기쁨을 부어 몇 잔 소주에 취하고 싶구나
잊혀진 이름들은 없는지 잊혀진 얼굴들은 없는지
하늘의 높이를 알기도 전에 날개를 접어버린 우리들
사랑을 하고 싶은데 지친 몸을 기대고 싶은데
삐꺽이는 나무의자 하나도 없어 가슴이 추운 우리들
바람 높은 거리에 서서 짤랑짤랑 주머니의 동전을 세며
포장마차의 작은 공간이 그리운 우리들...
2.
어느 날 스산한 저녁무렵 거대한 도시의 한켠에서
세상에 잔뜩 겁 먹은 늙은 거지를 만날 때
우리들은 건조한 슬픔을 부어 몇 잔 소주에 취하고 싶구나
버려진 이름들은 없는지 버려진 얼굴들은 없는지
'살아있음'의 참 뜻을 알기도 전에 마음을 닫아버린 우리들
너의 손을 잡고 싶은데 나의 노래를 나누고 싶은데
삐꺽이는 나무의자 하나도 없어 가슴이 추운 우리들
어둠 깊은 거리에 서서 짤랑짤랑 주머니의 동전을 세며
포장마차의 작은 공간이 그리운 우리들...
오늘도 습관처럼 술 한잔에 취해
홀로 아파트 문을 열고 주저 앉아
또 습관처럼 술을 마신다...
내가 지금도 이렇게 숨쉬는 것도 사치인듯 싶다.
철은 언제 들런지...
이제는 버려도 좋을 몸뚱아리건만
이리도 몸서리를 치는지...
내 그리움은 언제 끝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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