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구려 커피

장기하와 얼굴들 - 싸구려 커피


*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
눅눅한 비닐장판에 발바닥이 쩍 달라 붙었다 떨어진다
이제는 아무렇지 않어 바퀴벌레 한 마리쯤 슥 지나가도
무거운 매일 아침엔 다만 그저 약간의 기침이 멈출 생각을 않는다

축축한 이불을 갠다 삐걱대는 문을 열고 밖에 나가 본다
아직 덜 갠 하늘이 너무 가까워 숨 쉬기가 쉽질 않다
수 만번 본 것만 같다 어지러워 쓰러질 정도로 익숙하기만 하다
남은 것도 없이 텅 빈 나를 잠근다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
눅눅한 비닐장판에 발바닥이 쩍하고 달라 붙었다가 떨어진다

뭐 한 몇 년간 세숫대야에 고여있는 물마냥 그냥 완전히 썩어가지고 이거는 뭐 감각이 없어
비가 내리면 처마 밑에서 쭈구리고 앉아서 멍하니 그냥 가만히 보다보면은 이거는 뭔가 아니다 싶어

비가 그쳐도 희꾸무리죽죽한 저게 하늘이라고 머리 위를 뒤덮고 있는 건지
저거는 뭔가 하늘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너무 낮게 머리카락에 거의 닿게 조금만 뛰어도 정수리를 꿍하고 찧을 것 같은데

벽장 속 제습제는 벌써 꽉 차 있으나 마나 모기 때려 잡다 번진 피가 묻은 거울 볼 때 마다 어우 약간 놀라
제멋대로 구부러진 칫솔 갖다 이빨을 닦다 보면은 잇몸에 피가 나게 닦아도 당최 치석은 빠져 나올 줄을 몰라
언제 땄는지도 모르는 미지근한 콜라가 담긴 캔을 입에 가져가 한모금 아뿔싸 담배꽁초가
이제는 장판이 난지 내가 장판인지도 몰라 해가 뜨기도 전에 지는 이런 상황은 뭔가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
눅눅한 비닐장판에 발바닥이 쩍 달라붙었다 떨어진다
이제는 아무렇지 않어 바퀴벌레 한 마리 쯤 슥 지나가도
무거운 매일 아침엔 다만 그저 약간의 기침이 멈출 생각을 않는다

축축한 이불을 갠다 삐걱대는 문을 열고 밖에 나가 본다
아직 덜 갠 하늘이 너무 가까워 숨 쉬기가 쉽질 않다
수만번 본 것만 같다 어지러워 쓰러질 정도로 익숙하기만 하다
남은 것도 없이 텅 빈 나를 잠근다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
눅눅한 비닐장판에 발바닥이 쩍하고 달라붙었다가 떨어진다


**
장기하...
서울대학교 사회학 학사 출신...

학력은 접어 두더라도
2008년 5월...
"싸구려 커피", "느리게 걷자", "정말 없었는지"등 세 곡이 수록된 싱글음반 "싸구려 커피"가 독립레이블인 '붕가붕가레코드'를 통해 발매되었고,

대표곡 "싸구려커피"에서, 우울할 것도 즐거울 것도 없는 젊은이들의 일상이 싸구려커피와 눅눅한 비닐장판, 언제 땄는지 알 수 없는 콜라 등과 함께 읊조리는 듯, 나지막히 이야기하는 듯 통기타의 튕기는 듯한 음색으로 그려진다.

눅눅한 방 안의 습기를 잡아줘야 할 방습제는 이미 제 기능을 다하였고,
잡아놓은 모기의 핏자국에 흠씬 놀라는 등...
익히 들어온 사랑타령은 이곳엔 없다.
랩 부분도 요즘 신세대들 것과 다르다.

김창완이 들려주었던 '비닐장판의 딱정벌레'처럼...
한대수의 '물좀 주소'처럼...
잊혀진 음유시인이 우리 곁으로 다가온 것 같다...

충분한 소장 가치가 있는 음반이다...


이 글을 공유하기

댓글

Designed by choouk_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