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ies.../주저리주저리... choouk 2019. 4. 13. 12:44
자화상 - 서정주 애비는 종이었다. 밤이기퍼도 오지않었다. 파뿌리같이 늙은할머니와 대추꽃이 한주 서 있을뿐이었다. 어매는 달을두고 풋살구가 꼭하나만 먹고싶다하였으나....... 흙으로 바람벽한 호롱불밑에 손톱이 깜한 에미의아들. 갑오년(甲午年)이라든가 바다에 나가서는 오라오지 않는다하는 외(外)할아버지의 숯많은 머리털과 그 크다란눈이 나는 닮었다한다. 스믈세햇동안 나를 키운건 팔할(八割)이 바람이다. 세상은 가도가도 부끄럽기만하드라 어떤이는 내눈에서 죄인(罪人)을 읽고가고 어떤이는 내입에서 천치(天痴)를 읽고가나 나는 아무것도 뉘우치진 않을란다 찰란히 티워오는 어느아침에도 이마우에 엉틴 詩의 이슬에는 멫방울의 피가 언제나 서꺼있어 볓이거나 그늘이거나 혓바닥 느러트린 병든 숫개만양 헐덕어리며 나는 왔다. ..
Stories.../주저리주저리... choouk 2013. 3. 1. 20:17
* 자화상(自畵像) - 윤동주 詩人.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 1939. 9. * '한 사나이'의 등장... 미워졌다 -> 가엾어졌다가 -> 다시 미워졌다가 -> 다시 그리워지고 -> 결국 그 사나이는 추억 처럼 존재하..
Stories.../주저리주저리... choouk 2011. 10. 25. 19:08
참회록(懺悔錄) - 윤동주(尹東柱)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 만(滿) 이십사 년 일 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 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 그 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隕石)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온다. (1942년 1월24일...)
Stories.../주저리주저리... choouk 2011. 9. 14. 23:24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 詩人 윤동주 내 인생에 가을이오면 나는 나에게 물어볼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오면 나는 나에게 사랍들을 사랑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가벼운 마음으로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오면 나는 나에게 열심히 살았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자신있게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맞이하고 있는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 하며 살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일이 없었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자신있게 말할 수 있도록 사람들을 상처주는 말과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오면 나는 나에게 삶이 아름다웠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기쁘게 대담할 수있도록 내 삶의 날들을 기쁨으로 ..
Stories.../주저리주저리... choouk 2007. 12. 19. 08:32
윤동주 - 십자가(十字架) * 대통령 선거일 아침... 갑자기 이 시가 생각났다. 이 시는 윤동주가 당대 처한 현실을 바라보는 관점면에서나, 대응 자세면에서 가장 치열한 작품이다. 또한, 시인 자신의 역사관이나 인생관이 잘 드러난 작품이기도 하다. 기독교의 상징인 십자가를 주제로 한 이 시는, 시인의 속죄양 의식을 볼 수 있는 작품이며, 그 당시 고통받는 우리 민족을 위해 시인이 보여주는 희생정신이 잘 드러나 있다. 대략 살펴보면, 햇빛이 교회 첨탑에 걸렸다. 첨탑이 너무 높아서 걸려있는 햇빛을 구할 수 없다. 만약 자신에게 그런 기회가 돌아온다면 자신의 몸까지 바칠 수 있다... 이런 내용의 반성문이다. 이 시를 교과서적으로 분석하자는게 아니다. 윤동주의 자기반성과 희생정신... "예수그리스도에게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