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하독작(月下獨酌)
- Stories.../주저리주저리...
- 2008. 4. 6. 21:34
[ 사진 : 중국 "항주" "서호" - 1 ]
월하독작(月下獨酌)
달 아래 홀로 술잔을 들다.
이백 李白
1.
花間一壺酒(화간일호주) 꽃나무 사이에서 한 병의 술을
獨酌無相親(독작무상친) 아무도 없이 홀로 따르네.
擧杯邀明月(거배요명월) 잔 들고 밝은 달을 맞으니
對影成三人(대영성삼인) 그림자와 나와 달이 셋이 되었네.
月旣不解飮(월이불해음) 달은 술 마실 줄을 모르고
影徒隨我身(영도수아신) 그림자는 나를 따르기만 하네.
暫伴月將影(잠반월장영) 잠시나마 달과 그림자 함께 있으니
行樂須及春(행락수급춘) 봄이 가기 전에 즐겨야 하렸다.
我歌月徘徊(아가월배회) 내가 노래하면 달은 거닐고
我舞影零亂(아무영영난) 내가 춤추면 그림자도 따라 춤추네.
醒時同交歡(성시동교환) 함께 즐거이 술을 마시고
醉後各分散(취후각분산) 취하면 각자 헤어지는 것.
永結無情遊(영결무정유) 이 무정한 교류를 길이 맺었으니
相期邈雲漢(상기막운한) 다음엔 저 은하에서 만나기를 기약하노라.
2.
天若不愛酒(천약불애주) 하늘이 술을 사랑치 않았다면
酒星不在天(주성불재천) 하늘에 술의 별이 있지 않았을 것이고,
地若不愛酒(지약불애주) 땅이 술을 사랑치 않았다면
地應無酒泉(지응무주천) 땅에는 술의 샘이 없었으리라.
天地旣愛酒(천지기애주) 하늘과 땅도 술을 사랑했으니
愛酒不愧天(애주불괴천) 내가 술 사랑하는 건 부끄러울 게 없네.
已聞淸比聖(이문청비성) 옛말에 청주는 성인과 같고
復道濁如賢(복도탁여현) 탁주는 현인과 같다고 하였으되
賢聖旣已飮(현성기이음) 현인과 성인을 이미 들이켰으니
何必求神仙(하필구신선) 굳이 신선을 찾을 거 없도다.
三杯通大道(삼배통대도) 석 잔이면 대도에 통할 수 있고
一斗合自然(일두합자연) 한 말이면 자연과 하나되는 것이라.
但得酒中趣(단득주중취) 술 마시는 즐거움 홀로 지닐 뿐
勿爲醒者傳(물위성자전) 깨어 있는 자들에게 전할 거 없네.
3.
三月咸陽城(삼월함양성) 춘삼월 함양성은
千花晝如錦(천화서여금) 온갖 꽃이 비단을 펴 놓은 듯.
誰能春獨愁(수능춘독수) 뉘라서 봄날 수심 떨칠 수 있으랴
對此徑須飮(대차경수음) 이럴 땐 술을 마시는게 최고일세.
窮通與修短(궁통여수단) 곤궁함 영달함과 수명의 장단은
造化夙所稟(조화숙소품) 태어날때 이미 다 정해진 것.
一樽齊死生(일준제생사) 한 통 술에 삶과 죽음 같아보이니
萬事固難審(만사고난번) 세상 일 구절구절 알 거 있으랴.
醉後失天地(취후실천지) 취하면 세상천지 다 잊어버리고
兀然就孤枕(올연취고심) 홀로 베개를 베고 잠이나 자노라.
不知有吾身(불지유오신) 내 몸이 있음도 알지 못하니
此樂最爲甚(차락최위심) 이게 바로 최고의 즐거움이네.
4.
窮愁千萬端(궁수천만단) 천갈래 만갈래 이는 수심에
美酒三百杯(미주삼백배) 술 삼백잔을 마셔볼거나.
愁多酒雖少(수다주수소) 수심은 많고 술은 적지만
酒傾愁不來(주경수불래) 마신 뒤엔 수심이 사라졌다네.
所以知酒聖(소이지주성) 아, 이래서 옛날 주성이
酒감(酉+甘)心自開(주감심자개) 얼근히 취하면 마음이 트였었구나.
辭粟臥首陽(사속와수양) 백이는 수양 골짝에서 살다 죽었고
屢空飢顔回(누공기안회) 청렴하단 안회는 늘 배가 고팠지.
當代不樂飮(당대불락음) 당대에 술이나 즐길 일이지
虛名安用哉(허명안용재) 이름 따위 부질없이 남겨 무엇하나.
蟹오(敖+蟲)卽金液(해오즉금액) 게 조개 안주는 신선의 약이고
糟丘是蓬萊(조구시봉래) 술 지게미 언덕은 곧 봉래산이라.
且須飮美酒(차수음미주) 좋은 술 실컷 퍼 마시고서
乘月醉高臺(승월취고대) 달밤에 누대에서 취해 볼거나.
[ 사진 : 중국 "항주" "서호" - 2 ]
*
중국문학에 문외한이라 할지라도 중국 시인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사람...
천재였고, 시인이었으며, 실각한 정객이었고, 검술을 익힌 적 있던 협객...
가정에선 무책임한 남편이요, 아버지였고,
사회에선 권력자에게 오만하여 재주만큼 풀리지 못했던 사람...
달의 친구였고 술 속의 신선이었던 사람...
물 속에 비친 달이 하도 아름다워 달 따러 들어가서 영영 나오지 못했다는 사람...
술을 너무 좋아해서 酒太白(주태백)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항주" "서호"라는 호수에 배를 띄우고
뱃전에 걸터앉아 술을 마시며 시를 읊었던 이백...
이 호수에 비친 달을 잡으려 했다가 익사 했다 하는 설도 있고...
또는, 중원 일대를 유랑하다가 62세 일기로 병사했다는 설도 있다.
그러나 정확한 그의 죽음에 대해 당시 아는 이 한 명 없이
홀로 생을 마감했다...
*
우리나라에도 술 하면
송강 정철의 "장진주사"가 떠오른다.
술 한잔 먹세 그려 또 한잔 먹세 그려
꽃나무 가지 꺾어서 잔 수를 헤아리며 끊없이 먹세 그려
이 몸 죽은 후면 지게 위에 거적으로 덮어서 졸라매고 가든
아름답게 꾸민 상여 뒤를 많은 사람들이 울며 뒤따르든
억새, 속새, 떡갈나무, 백양숲에 가기만 하면
누런 해, 흰 달. 굵은 눈, 소슬바람 불 때 누가 한잔 먹자할까?
하물며 원숭이가 무덤 위에서 휘파람 불 때
뉘우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
한잔 술에 그리움을 담고
두잔 술에 사랑을 담고
석잔 술에 세상을 담아 보려 했으나
두 눈만 초롱하고...
말 술을 마셔야 다 담아지려나 보다...
[ 소리 : 김영동 - "달빛"(대금) ]
이 글을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