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ies.../주저리주저리... choouk 2009. 1. 3. 22:03
저녁, 술, 별빛 * 세상은 참 좋은데 - 박규해 온통 세상은 푸르고 혼잡한 세상은 어찌나 복잡한지 모든 것 다 잊고 싶구나. 맑은 물은 어찌나 맑은지 얼굴을 자세히 볼 수 있고 그 얼굴엔 세월만 흘렀구나. 낮에는 뻐꾸기 울고 밤에는 두견새 우니 자연은 이렇게 평화로운데... 낭만적인 삶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세상인데 복잡한 세상 잊자. 밤에 별을 따서 계곡물에 술을 담그고 빚은 별 술로 달 잔에 부어 마시니 하늘은 모두 내 것이로구나... ** 병가를 내고 천정보고 누워만 있다. 새해 무리를 했나 보다... 육체의 연식으로 인해 구석구석 교체할 시기가 됐나 보다. 조신하게 누워 있어야 할 놈이 술(酒) 생각이 난다... 어찌 내가 너를 잊으랴... [ 소리 : 명상음악 - "저녁, 술, 별빛" ]
Stories.../주저리주저리... choouk 2007. 11. 18. 19:59
주중선(酒中仙)을 꿈꾸며... * 가벼움의 발길로 찾아나선 들판... 바람이 세차게 분다. 옷깃을 여미고 한적한 벤치에 앉아 이념이며, 사상 같은 것을 모두 묻어버리고 주중선만을 생각했다... 주중선... 얼마나 행복한 꿈 인가... 그러나 내 눈과 귀에 들리는 세상사가 궁금해 미치것다... * [ 산중여유인대작 (山中與幽人對酌) ] - 이태백 둘이서 마시자니 산에는 꽃이 피고 兩人對酌山花開 (양인대작산화개) 한 잔 한 잔 기울이다 끝 없이 마셨네 一杯一杯復一杯 (일배일배부일배) 취했으니 자고 싶네 그대는 가게나 我醉欲眠卿且去 (아취욕면경차거) 내일 아침 생각나면 거문고 안고 다시 만나세 明朝有意抱琴來 (명조유의포금래) * 주중선(酒中仙) - 술로 세상 일을 잊고 사는 사람. * 또한, 이태백의 시 [月..
Stories.../주저리주저리... choouk 2007. 11. 8. 23:23
[ 소리 : 김영동 - 슬픈 목가 ] [ 선택 : 소리를 들으실분만 시작 버튼을 누르세요 ] "외로움"에 대한 정의 * 사실 혼자 사는 사람들만 외로움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세상 사람 누구나 자기 그림자를 이끌고 살아가고 있으며, 자기 그림자를 되돌아보면 다 외롭기 마련이다. 외로움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는 무딘 사람이다. 물론 너무 외로움에 젖어 있어도 문제이지만 때로는 옆구리께를 스쳐가는 외로움 같은 것을 통해서 자기 정화, 자기 삶을 맑힐 수가 있다. 따라서 가끔은 시장기 같은 외로움을 느껴야 한다. 내 경우는 완전히 홀로살이가 되어 이제는 고독 같은 것도 별로 느끼지 않고, 그저 홀가분하게 지낼 뿐이다. [ 글 : 법정 - "산에는 꽃이 피네" 중에서... ] * 허나... 가끔 외로움이 지겨울 ..
Stories.../주저리주저리... choouk 2007. 9. 26. 21:14
이외수 - "술" * 여름이 문을 닫을 때까지 나는 바다에 가지 못했다 흐린 날에는 홀로 목로주점에 앉아 비를 기다리며 술을 마셨다 막상 바다로 간다해도 나는 아직 바람의 잠언을 알아듣지 못한다 바다는... 허무의 무덤이다 진실은 아름답지만 왜 언제나 해명되지 않은 채로 상처를 남기는지 바다는 말해 주지 않는다 빌어먹을 낭만이여 한 잔의 술이 한잔의 하늘이 되는 줄을 나는 몰랐다 젊은 날에는 가끔씩 술잔 속에 파도가 일어서고 나는 어두운 골목 똥물까지 토한 채 잠이 들었다 소문으로만 출렁거리는 바다 곁에서 이따금 술에 취하면 담벼락에 어른거리던 나무들의 그림자... 나무들의 그림자를 부여잡고 나는 울었다 그러나 이제는 어리석다 사랑은 바다에 가도 만날 수 없고 거리를 방황해도 만날 수 없다 단지 고개를 ..
Stories.../주저리주저리... choouk 2007. 8. 4. 12:34
어제 새벽 부터 거칠게 내리는 빗소리에 잠을 설치고... 이른 아침 냉장고를 열었더니 먹을게 다 떨어졌다. 아침 식사를 간단히 하고 마트에 갔다. 카트를 끌고 마트 한 바퀴를 돌았다. 이쪽 저쪽 잘 살펴가며, 세일하는 가격 꼼꼼히 비교하고, 물건을 들었다, 놨다를 몇번... 그렇게 한참을 돌고 돌아서 계산대로 갔다. 계산대에 물건을 올려 놓고 보니 부식거리를 산다는게 온통 술하고 그 친구들 밖에 없다. 피식 웃음이 난다. 하기사 다른 사람 눈에는 마트의 물건 대부분이 부식 내지는 생필품으로 보일런지도 모른다. 그런데 왜 내 눈에는 다 술안주로만 보이는지..^^; 집에 와서 물건을 정리하고 동그랑땡에 계란 입히고, 생선은 오븐에 굽고, 골뱅이 통조림까서... 오늘도 빗소리와 함께 주식(량)을 채웠다... ..
Stories.../주저리주저리... choouk 2007. 8. 4. 12:03
주막에서 - 천상병 골목에서 골목으로 저기 조그만 주막집 할머니 한 잔 더 주세요 저녁 어스름은 가난한 시인의 보람인 것을... 흐리멍텅한 눈에 이 세상은 다만 순하디 순하기 마련인가 할머니 한 잔 더 주세요 몽롱하다는 것은 장엄하다 골목 어귀에서 서툰 걸음인 양 밤은 깊어가는데 할머니 등 위에 고향의 뒷산이 솟고 그 산에는 철도 아닌 한겨울의 눈이 펑펑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 술꾼에게 저녁 이른 귀가는 영 서툴게 마련이다. 익숙한 골목이 왠지 낯설고, 발걸음은 자꾸 엇 나간다. 바람만 슬쩍 불어도 술집 어느 구석으로 휙 날아갈 것 같은 심정! 그래서 오늘도 핑계 있어 한잔, 핑계없어 한잔이다. 왜 그렇게 마시냐고 술꾼에게 묻지 마시라... 맨송맨송 따지진 마시라.... 어쨌든 몽롱하다는 것은 장엄하다 ..